당시 교황 요한 23세는 1962년 10월 11일 ‘아조르나멘토(쇄신)’의 기치 아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했다. 3년 동안 이어진 이 공의회는 가톨릭의 면모를 혁명적으로 일신했다는 평을 듣는다.
중세에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행했던 천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기독교 근본주의 시대를 마감했다. 천주교는 공의회에서 근본주의와 다원주의의 절충인 포괄주의를 채택했다. 타 종교에도 진리와 구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종교 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공의회는 네 개의 헌장, 아홉 개의 교령, 세 개의 선언을 채택했다. 이 같은 방대한 문헌의 바탕은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정신이었다.
이 공의회는 가톨릭교회를 크게 바꿨다. 우선 평신도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평신도가 교회의 사명에서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시해 교회의 한 지체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라틴어로만 드릴 수 있던 미사를 현지어로 드릴 수 있게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때문에 미사의 형식만 따르던 신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도 허용됐다. 개신교와는 달리 가톨릭이 포용의 종교로 인식되게 된 계기였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차 공의회의 정신을 가장 충실히 받든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재임 기간 중 그리스와 러시아 정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가톨릭과 알력이 있던 종교와 화해하고 협력했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7월 ‘가톨릭 이외의 다른 교파는 참교회가 아니다’라는 문건을 발표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톨릭이 보수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황의 진의가 어떻든 종교 간의 대화만큼은 중단돼선 안 될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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