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87년 11월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평화민주당 창당 선언문의 일부다. 그해 5월 김영삼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을 창당했지만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당을 만든 것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돼 ‘국민의 이름’을 내걸고 그해 12월 대선에 나섰지만 노태우 김영삼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민중의 힘이 ‘6·29 민주화선언’을 도출해 내 야당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면 충분히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개인적 욕심을 앞세우는 바람에 날려 버린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패한 뒤 야당 분열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지자 그는 평화민주당 총재직을 일시 사퇴했다. 그러나 이듬해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면서 다시 총재로 전면에 나섰다. 그의 대권 재도전은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을 합쳐 민주자유당을 만들어 정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3당 합당’에 막혔다.
1992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정계로 돌아왔다. 결국 자유민주연합의 김종필 총재를 끌어들이는 ‘승부수’로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1971년 대선을 포함해 4수 끝이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국민의 선택’을 받은 셈이 됐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건국 50년 만의 첫 여야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1997년과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해 연거푸 참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2월 대선 출마를 결정하고 ‘대권 삼수’를 선언했다. 그 역시 “사랑하는 국민을 위해 10년 좌파 정부가 망친 대한민국을 되살리겠다”며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위해 ‘사랑하는 국민’을 내세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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