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들도 알지만 한때 흡연은 지성의 상징이었고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담배를 입에 물고 미간을 찌푸린 표정을 지었을 때 담배는 고독과 우수의 심벌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담배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고 흡연자는 많은 장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된다며 전사적인 금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금연운동의 강력한 논거를 제공해 준 사람이 루서 테리 씨다. 그는 미국 공중위생국장으로 일하던 1964년 1월 11일 인류의 오랜 흡연사(史)에 쐐기를 박는 ‘흡연과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테리 국장은 이 보고서에서 “흡연은 폐암과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며 “폐기종과 심혈관 질환, 각종 암 등 다른 질환의 원인도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흡연의 해로움을 지적하는 보고서는 이전에도 있었다. 공중위생국 보고서가 나오기 2년 전 영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하지만 공중위생국의 보고서는 흡연의 위험을 경고한 미국 내 최초 보고서로 금연 캠페인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 ‘담배 포장 및 광고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 보고서 덕분이었다. 담배 포장에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부착된 것도 이 법안 때문이다.
그는 1965년 공중위생국장에서 퇴임해 1985년 숨지기 전까지 ‘금연 전도사’로 활동했다. 말년에는 회사와 공장 내에서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도 벌였다.
한국의 금연 전도사로 불리는 박재갑(전 국립암센터 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담배를 피운다면 아주 ‘지독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새해 들어 10일이 지났을 뿐이다. 담배를 빨리 끊을수록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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