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4년 美‘흡연과 건강’보고서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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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세우는 새해 계획 가운데 단골 메뉴가 금연이다.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흡연처럼 생명력이 질긴 습관도 없을 듯하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들도 알지만 한때 흡연은 지성의 상징이었고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담배를 입에 물고 미간을 찌푸린 표정을 지었을 때 담배는 고독과 우수의 심벌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담배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고 흡연자는 많은 장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된다며 전사적인 금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금연운동의 강력한 논거를 제공해 준 사람이 루서 테리 씨다. 그는 미국 공중위생국장으로 일하던 1964년 1월 11일 인류의 오랜 흡연사(史)에 쐐기를 박는 ‘흡연과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테리 국장은 이 보고서에서 “흡연은 폐암과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며 “폐기종과 심혈관 질환, 각종 암 등 다른 질환의 원인도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흡연의 해로움을 지적하는 보고서는 이전에도 있었다. 공중위생국 보고서가 나오기 2년 전 영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하지만 공중위생국의 보고서는 흡연의 위험을 경고한 미국 내 최초 보고서로 금연 캠페인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 ‘담배 포장 및 광고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 보고서 덕분이었다. 담배 포장에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부착된 것도 이 법안 때문이다.

그는 1965년 공중위생국장에서 퇴임해 1985년 숨지기 전까지 ‘금연 전도사’로 활동했다. 말년에는 회사와 공장 내에서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도 벌였다.

한국의 금연 전도사로 불리는 박재갑(전 국립암센터 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담배를 피운다면 아주 ‘지독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새해 들어 10일이 지났을 뿐이다. 담배를 빨리 끊을수록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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