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타이틀을 걸고 벤 존슨(캐나다)과 칼 루이스(미국)가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맞붙었다.
탕∼ 하는 출발 신호와 함께 존슨이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막판 스퍼트가 장기인 루이스가 뒤쫓았지만 역부족.
존슨은 46걸음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9초 79. 세계 신기록이었다. 루이스는 9초 92로 2위로 골인했다.
존슨은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소변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사흘 뒤 존슨의 금메달을 박탈했다. 세계 신기록도 무효가 됐다. 금메달은 루이스에게 넘어갔다.
도핑 검사 결과를 부정하던 존슨은 이듬해 약물 복용 사실을 인정했다. 존슨은 2년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1991년 출장정지가 끝나자 존슨은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다. 약물의 도움 없는 존슨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00m에서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는 다시 약물에 손을 댔다. 1993년 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도핑 테스트에서 두 번째 적발됐다.
이번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같은 해 3월 5일 존슨에 대해 선수자격 영구 정지 처분을 내렸다.
캐나다 스포츠계 고위 관계자는 “존슨은 국가의 수치이며, 차라리 (고향인) 자메이카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1961년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존슨은 1976년 캐나다로 귀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던 육상 스타의 끝없는 추락이었다.
존슨은 1999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셋째 아들인 알 사디 카다피의 개인 트레이너로 취직해 다시 한 번 언론의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진출을 꿈꾸던 알 사디 카다피는 2003년 세리에A 소속 페루자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단 한 경기에 출전한 뒤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징계를 받았다. 그 스승에 그 제자인 셈이다.
요즘 존슨은 육상 유망주를 가르치는 평범한 코치로 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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