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은 사교계에서 이름난 고급 창부(娼婦). 끈질기고 진심 어린 사랑 고백에 감동한 그녀는 청년과 행복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청년의 아버지가 아들 곁을 떠나 달라고 부탁하고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 떠난 것으로 오해한 청년은 무도회장을 찾아가 그녀를 모욕하고 그녀는 평소 앓아 왔던 폐결핵이 도져 쓰러진다.
“내 무덤에는 눈물도 꽃도 없고, 내 주검을 덮을 묘비도 없을 겁니다. 이 더러운 여인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인을 용서하고 받아들여 주세요.”
애절한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버지의 고백으로 모든 정황을 알게 된 청년이 그녀를 찾아오고, 그녀는 청년의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거둔다.
1848년 발표된 소설 ‘춘희’는 ‘삼총사’를 쓴 아버지 뒤마의 사생아로만 알려졌던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를 당대 최고 작가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원제는 ‘동백꽃을 든 여인’. 여주인공이 한 달 중 25일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극장이나 사교계에 등장해 붙여진 제목이다. ‘춘희(椿姬)’는 ‘동백 아가씨’란 뜻이다.
춘희의 모델은 당대 사교계에서 이름 높았던 마리 뒤플레시라는 고급 창부였다. 뒤마 피스는 1844년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주기 위해 엄청난 빚을 졌던 그는 뒤플레시가 다른 부유한 애인들과 몰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절교했다.
뒤마 피스는 ‘춘희’를 당시 프랑스 사교계의 허상과 물질만능주의를 고발하기 위해 썼지만 대중은 이를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이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보고 감명 받은 베르디는 오페라를 작곡한다.
‘라 트라비아타’(방황하는 여인)는 1853년 3월 6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됐다. 그러나 첫 공연은 실패했다. 폐결핵에 걸린 비련의 여주인공은 너무 뚱뚱해 무대 위를 돌아다니면 먼지가 일었다.
베르디는 일부 곡을 수정하고 주인공을 교체한 뒤 무대를 17세기로 바꿔 다시 공연했고, 이 오페라는 전 유럽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됐다. 그리스계 미국인인 마리아 칼라스는 여주인공 역을 맡기 위해 5년 동안이나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과 싸워야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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