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존 워싱턴 버틀러 주의회 의원은 주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법안은 1월 28일 주 하원에서 71 대 5로, 3월 13일엔 상원에서 24 대 6으로 통과됐다. 남부의 보수적 정서가 반영된 결과였다.
진보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버틀러법을 법정까지 끌고 가야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자원자를 물색했다. ‘변호를 맡을 테니 범법자가 돼 달라’는 주문이었다.
고교 풋볼 코치인 24세의 존 스콥스 교사가 자원자로 나섰다. 그는 수업시간에 진화론을 강의해 5월 기소됐다.
진화론자와 창조론자가 맞붙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스콥스 교사의 변호인 측은 진화론과 창조론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성경이 신학과 도덕의 영역에 머물러야지 과학의 영역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검사는 ‘진화론은 도덕적으로 해롭다’고 반박했다. “인간이 3만5000종의 포유동물 중 하나에 불과하며 미국 원숭이뿐만 아니라 유럽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그는 한탄했다.
변호인 측이 내세운 법적 쟁점은 ‘버틀러법이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고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버틀러법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할 뿐 특정 종교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며 스콥스 교사는 주정부가 고용한 사람이므로 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배심원들은 7월 21일 스콥스 교사에 대해 100달러의 벌금형을 평결했다. 진화론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진보 신문 ‘볼티모어 선’은 ‘이단자 스콥스의 원숭이 재판’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 뒤 이 소송은 ‘원숭이 재판’으로 불리게 됐다.
버틀러법은 1967년에야 폐지됐다. 하지만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은 아직까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식지 않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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