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단순 소박하고 서점 있는 동네가 흔하지 않던 시절, 이달의 책 클럽은 소비자들에게 매달 엄선한 새 책을 우편으로 보내줬다. 당시 이 클럽은 도서 통신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동시에 좋은 책을 골라주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다.
책 클럽의 전신은 1916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출신인 해리 셰르먼이 만든 ‘리틀 레더 라이브러리(Little Leather Library)’라는 회사다. 그는 ‘2.98달러에 30권의 명저를’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가로 9cm 세로 10cm의 소형 판본에 가죽으로 표지를 싼, 오스카 와일드, 윌리엄 셰익스피어, 버나드 쇼 등 유명 작가들의 책은 5년 만에 40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이 놀라운 경험에서 셰르먼은 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고 이달의 책 클럽을 만들게 된 것이다.
회원 4000명으로 출발한 클럽은 20년이 채 되기 전에 55만 명 이상이 가입했으며, 현재 미국 회원이 200만 명에 이른다. 회원 중엔 40대 여성이 가장 많다. 회사는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쳐 지금은 독일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이 소유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 책 클럽은 내리막길에 있다. 지난해보다 총매출이 10% 이상 감소했고 회원도 급속히 줄고 있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할인점의 치열한 공세를 막아내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베텔스만이 미국의 책 클럽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1999년 ‘베텔스만 북 클럽’이 설립돼 한때 20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클럽 제도가 전면 폐지됐고 관련 사이트는 인터넷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달의 책 클럽은 양서를 골라준다는 자부심을 내려놓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또 요리, 정원 가꾸기 등 실용서도 들여놨다. 장르·주제·독자층별로 특화한 책 클럽도 운영한다.
지금도 이달의 책 클럽은 소비자를 유혹한다. ‘오늘 가입하세요. 1달러에 책 5권을 드립니다. 공짜 선물도 덤으로 따라갑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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