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3년 청소년 축구 세계 4강 진출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거칠고 성난 문전쇄도와 태클, 쉼 없는 러닝, 붉은 유니폼의 분노 드디어 폭발….

세계 4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 축구팀에 대한 찬사다.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당시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4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한국은 6월 3일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졌다. 후반에 연속 골을 내줘 0-2.

기적은 다음 경기부터 나타났다. 5일에는 멕시코를, 8일에는 호주를 모두 2-1로 눌렀다. 스코틀랜드에 이어 조2위로 준준결승에 올랐다.

조 예선과 달리 8강전부터는 단판승부였다. 12일 상대는 우루과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처음 열었고, 두 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강호였다.

전반은 득점 없이 비겼다. 후반 10분 신연호가 선취골을 뽑았다. 16분 뒤 동점골을 허용해 전후반 90분 경기가 끝났다.

연장 전반 14분에 신연호가 김종부의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우루과이가 결승진출을 위한 ‘먹이’ 정도로 생각했던 한국에 무릎을 꿇자 세계 축구팬이 입을 쫙 벌렸다.

외국 언론은 ‘한국팀의 스피드는 속도위반’ ‘성난 이리떼’ ‘멈추지 않는 급행열차’라는 단어를 써가며 극찬했다. 세계 축구의 전원(電源), 축구 사상 가장 놀랄 만한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국내 언론은 ‘한국 세계 4强에’(동아일보) ‘韓國축구 세계4强 오르다’(조선일보)라는 제목으로 쾌거를 전했다.

박종환 감독은 당시 국내 축구계에서 피눈물이 없는 코치로 통했다. 체력훈련을 하던 선수가 쓰러지면 일으켜 세웠다. 그래도 견디지 못하면 자신의 등에 업고 달렸다.

그는 4강전(16일)을 앞두고 “궁극적인 것은 세계 제패다. 브라질이 두 발로 뛰면 우리는 세 발로 뛰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종부가 선제골을 뽑았지만 아쉽게 1-2로 졌다. 폴란드와의 3, 4위전에서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패했다.

청소년팀의 기적은 환호와 탄식 끝에 세계 4강에서 멈췄다. 국가대표팀이 이 신화를 재현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허정무 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2010년) 아시아 예선은 물론 본선에서 쾌거를 이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대∼한민국!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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