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유고(遺稿) ‘경제와 사회’의 한 부분이다.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하나로 꼽히는 베버는 이 책을 통해 ‘카리스마’란 말에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오늘날 이 말을 빼고 강한 개성과 흡인력을 갖춘 정치인, 연예인을 묘사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예언이나 기적을 보일 수 있는 초능력, 절대적 권위나 신의 은총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에서 나온 이 말은 원래 초기 기독교에서 쓰였다.
베버에 따르면 카리스마적 지배에서 추종자들은 지배 시스템이 아니라 카리스마적 자질을 갖춘 지도자 자체에 복종한다. 복종의 근거는 계시(啓示), 영웅성, 모범성에 대한 신뢰 등.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지속적으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신(神)에게 버림받거나 영웅적 힘을 잃은 것으로 간주돼 퇴출을 감수해야 한다.
베버는 1864년 튀링겐 주(州)에서 정치인이자 공직자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개신교 신자 어머니 사이 7자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독서를 좋아하는 병약하고 부끄럼 많은 아이였다.
18세에 하이델베르크대에 진학한 뒤 성격이 바뀌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인 이 도시에서 영화 속 황태자가 그랬듯 베버는 결투시합과 맥주를 즐기며 카리스마적 인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경제 법 역사 농업 종교를 두루 연구했다.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종교사회학.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 이 분야의 연구에서 나왔다.
그는 ‘자본주의’란 용어를 확립한 학자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선배학자인 카를 마르크스는 저서 ‘자본론’에서 주의 주장 사상의 의미가 담긴 자본주의라는 말 대신 체제를 가리키는 자본가적(자본제적) 생산양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베버에게 자본주의는 금욕과 자기절제를 수반하며, 무분별한 탐욕과 확연히 구분되는 합리적 정신을 뜻했다.
‘경제와 사회’를 저술하던 그는 1920년 6월 14일 폐렴으로 타계했다. 남겨진 글은 부인 마리아네 베버가 묶어냈다. 숨지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진리는 진리다”였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