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한창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 한강에 놓인 다리들은 이렇게 건설됐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잠수교(潛水橋)는 그 대표적 사례. 1975년 9월 착공해 1년도 지나지 않은 이듬해 7월 15일 완공됐고 공사비는 당시 돈으로 28억6000만 원이 들었다. 잠수교 위에 1982년 반포대교(당시 공사비 215억 원)가 건설됨으로써 한국 최초의 2층 교량이 탄생했다.
잠수교(submerged bridge)는 강물이 불어났을 때에는 수면 아래에 잠기도록 낮게 가설된 교량으로 홍수 때는 통행이 차단될 수밖에 없다. 하천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의 교량이지만 공사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시골의 작은 하천에는 비교적 많다.
그렇던 서울 잠수교가 9월 탈바꿈한다.
차량만 다니던 잠수교에 보행로가 만들어져 시민들이 여유롭게 한강을 바라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7곳의 테라스식 접속 데크가 만들어져 시민들이 한강의 아름다움을 좀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잠수교 남단 둔치에는 서울타워 등의 남산 풍경까지도 조망할 수 있는 리버 스탠드가 만들어지고 ‘달빛 광장’, ‘인라인 허브 광장’도 들어선다. 그뿐만 아니라 생태관찰원 등 한강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쉼터와 각종 공연 행사를 위한 야외무대도 마련돼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잠수교를 걷게 될 시민들은 2층 다리인 반포대교에서 떨어지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분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어 ‘한강 걸어서 건너기’가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량분수는 1.2km 길이의 반포대교 다리 양쪽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한강으로 떨어지는 분수로 각종 음악을 배경으로 물이 떨어지는 모양만도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1985년 개봉된 영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에서는 남녀 주인공 미스터A(정승호)와 윤희(김진아)가 당시 일반인의 보행이 금지된 잠수교를 걸으며 재회를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장면을 조만간 일반 연인들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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