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좌석에서 일어나자마자 성큼성큼 비행기 앞쪽으로 걸어가 순식간에 조종석을 점거했다.
1968년 7월 23일 이스라엘의 민간 항공기는 그렇게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에 의해 처음으로 공중 납치됐다.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소속의 납치범들은 기수를 돌려 항공기를 알제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납치범들은 12명의 유대인만 인질로 잡고 나머지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풀어줬다.
PFLP는 즉각 인질 석방 조건으로 기소된 16명의 아랍 테러리스트를 넘겨줄 것을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
쉽게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시간만 계속 허비하던 협상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결국 먼저 무릎을 꿇었다. 인질로 잡혀 있던 유대인들은 40일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첫 시도에서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자 PFLP는 한층 고무됐고 더욱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3개월여가 지난 12월 26일 PFLP 소속 2명의 테러리스트가 아테네 공항에서 이스라엘 항공기에 총격을 가해 이스라엘 정비사 한 명을 살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은 이전과 달랐다. 3일 뒤 즉각 응징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야간 공습을 감행해 14대의 비행기를 파괴했다.
PFLP도 물러서지 않았다. 1969년 몇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항공기를 공격하던 PFLP는 이듬해 악명 높은 공중 납치사건을 일으켰다. 9·11테러가 있기 전까지는 최악의 사건이었다.
9월 6일 유럽 각 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항공기 4대를 연달아 공중 납치한 것. 그중 한 대는 여객기 안에서 범인이 살해돼 해결됐지만 나머지 항공기 3대는 폭파됐다. 다행히 폭파 전에 인질로 잡힌 승객과 승무원들은 모두 석방됐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전 세계 항공기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PFLP의 항공기 공중 납치 테러는 1976년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6월 27일 PFLP 소속 납치범 4명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착륙시켰다. 납치범들은 협상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특공대를 파견해 납치범들을 모두 살해하고 인질들을 구출했다.
이스라엘의 초강수 대응에다 각국의 검문검색이 강화되면서 PFLP의 항공기 공중 납치 테러는 이후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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