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4년 세계 최장수 나무 잘려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1964년 여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지리학과 대학원생 도널드 커리는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소빙하 시대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커리는 브리슬콘 소나무에 관심이 있었다. 나무의 크기와 생장 형태를 봤을 때, 상당히 오래전부터 자라온 나무임이 분명했다. 브리슬콘의 라틴어 종명에 ‘오래 사는’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오래된 나무에 촘촘히 새겨진 나이테는 세월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품는다. 온도와 강수량에 따라 나이테의 굵기와 조밀도가 달라진다. 커리는 네바다 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휠러 피크의 수목한계선까지 올랐다. 브리슬콘 소나무가 이곳에 군락을 이룬 까닭이다.

8월 6일 커리는 고목 한 그루를 잘라냈다. 드릴로 나무의 표본을 얻어야 하는데 한 나무에서 기구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였다. 코드명 ‘WPN-114’, ‘프로메테우스’라는 별명이 붙은 나무였다. 이 대학원생,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나무가 세계 기록을 세우리라는 것을.

커리가 센 프로메테우스의 나이테는 4844개였다. 몇 년 뒤 애리조나대 도널드 그레이빌의 연구에서는 4862개였다. 그러나 나이테를 센 부분이 밑에서부터 2.5m 지점의 둥치여서 모든 나이테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 빠진 나이테를 추정했을 때 벌채 당시 최소 5000년은 자란 나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상 최장수 나무를 어쩌다 이처럼 쉽게 잘라 버릴 수 있었을까. 벌채에 이르기까지 상황은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벌채를 제안한 사람이 커리인지 벌채 권한을 가진 산림청 직원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들이 수많은 오래된 거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는 보고와 달리, 프로메테우스가 다른 나무와 확연히 구분됐다는 주장도 있다.

나무를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왜 핵심 샘플을 채집할 수는 없었는지도 의문이다. 커리의 연구가 반드시 고목을 잘라야 할 만한 주제였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거나 프로메테우스는 잘렸고 동강이 났다. 이 사건으로 브리슬콘 소나무 보호운동이 촉발됐다. ‘무드셀라’라 불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나무는 4800년 넘게 산 것으로 본다. 캘리포니아 주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인데, 반달리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 산림청이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무드셀라라는 이름은 969년을 산 성경 인물에서 따왔다. 현재 브리슬콘 소나무는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고사(枯死)돼 보호대상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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