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8년 전자복사기 발명 칼슨 사망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시험 기간이면 각 대학 구내와 인근 복사센터는 북새통이다. 강의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은 친구의 노트를 복사하기 위해서다. 노트 한 권 분량도 1∼2분이면 OK. 만약 복사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친구의 노트를 베껴 쓰느라 밤을 꼬박 새워야 할 것이다.

‘구텐베르크 인쇄기 이후 최고의 사무기기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전기를 이용한 현재의 복사기는 스웨덴 이민계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인 체스터 칼슨(1906∼1968)이 1948년에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제록스(Xerox) 복사기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칼슨은 리버사이드 주니어 칼리지에서 화학을,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칼슨의 첫 직장은 벨 연구소였다. 그는 그곳에서 발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발명에는 특허라는 법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특허법을 공부해 특허전문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이후 뉴욕의 전자회사인 맬로리에 들어가 특허권 대리인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칼슨은 특허부의 업무 특성상 항상 방대한 양의 문서를 복사해야 했다. 카본 복사지(carbon copy)를 사용했는데, 문서와 손에 검댕이가 묻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그림이나 사진이 부착된 도면은 복사를 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이에 그는 ‘좀 더 쉽고 빠르게 복사할 수 있는 복사기’ 발명을 결심하게 된다.

칼슨은 헝가리의 과학자 폴 셀레니가 어떤 사물에 빛을 쏘이면 전도성이 증가된다는 것을 바탕으로 정전기로 사진을 복사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는 논문에서 힌트를 얻어 현재 널리 쓰이는 전자복사의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발명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다. GM과 IBM, 코닥 등 대기업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 비영리기관 바텔 연구소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듬해 소규모 인화지 제조업체인 할로이드가 합류해 4년여 후인 1948년 드디어 전자복사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제록스 1호’는 복사 과정이 자동이 아니어서 생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았고, 1959년 등장한 자동 고속 복사기가 판매되면서부터 진정한 복사기의 혁명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칼슨은 억만장자가 됐다. 칼슨은 1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살았고 1968년 9월 19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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