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과 3학년 여학생 노다 메구미(별명 노다메)가 몽구스 인형 차림으로 조명 아래 서 있다. 손에 든 건 초등학생들이 많이 배우는 멜로디언.
관객들의 웃음은 멜로디언에서 흘러나오는 ‘랩소디 인 블루’의 부드러운 멜로디로 잠잠해진다. 춤을 추며 연주하는 관현악 단원들의 경쾌한 음악이 뒤따른다.
노다메의 ‘4차원적’ 성격에 질려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이 끌리는 4학년 꽃미남 신이치 지아키는 관객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다. 지휘자를 꿈꾸는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 지아키는 자유분방한 노다메의 공연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니노미야 도모코의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 장면이다. 이 만화는 2006년에 우에노 주리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일본 전역에 클래식 붐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의 엔딩곡 역시 랩소디 인 블루였다.
이 곡을 작곡한 조지 거슈윈은 1898년 9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 가정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12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거슈윈은 15세 때 학교를 그만두고 악보 출판사에 취직했다. 이후 극장 전속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작곡을 공부하던 그는 21세 때 작곡한 ‘스와니’가 히트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습작 ‘블루 먼데이(우울한 월요일)’를 본 ‘재즈의 왕’ 폴 화이트먼은 거슈윈이 26세 때 이 곡을 피아노와 경음악단이 연주할 수 있는 곡으로 편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랩소디 인 블루로 이름이 바뀐 곡은 1924년 2월 뉴욕 에올리언홀에서 초연됐다.
거슈윈이 직접 피아노를 치고 화이트먼의 악단이 연주했다. 재즈의 음률이 녹아든 관현악곡의 출현에 미국 음악계는 폭발적 반응을 보였고, ‘심포닉 재즈’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명성과 돈을 얻었지만 정통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공부의 부족을 절감하던 거슈윈은 만화에서 노다메와 지아키가 그랬듯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그곳에서 ‘볼레로’의 작곡가 라벨을 만난 거슈윈은 제자로 받아 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라벨은 “당신은 이미 ‘1류’ 거슈윈인데 왜 ‘2류’ 라벨이 되려고 하느냐”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거슈윈은 걸작 ‘파리의 미국인’(1928년)도 작곡했다.
한국인의 귀에 가장 익은 그의 곡은 ‘서머 타임’. 1935년 작곡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 중 빈민굴의 흑인 여성이 아기에게 불러주는 끈적끈적하고 께느른한 분위기의 노래다. 이 오페라가 큰 성공을 거둔 2년 뒤 거슈윈은 서른아홉의 나이로 요절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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