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쌀 막걸리 시판에 따라 밀조주 등 부정주류가 나돌 것에 대비, 앞으로 막걸리에 물을 섞거나 밀조주를 사두거나 판매하는 주류 판매업자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6일 쌀 막걸리 시판에 따른 酒質 향상 대책을 마련, 전국 세무서에 대해 부정주류 단속을 강화하도록 지시하고….’
기사를 읽으니 가짜 막걸리를 막기 위한 조치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단속에 나선 배경을 이해하려면 당시 식량 사정을 살펴야 한다.
국내 쌀 생산량은 늘 부족했다. 1971년 신품종인 통일벼를 농가에 보급하고 영농기술을 향상시키자 1974년 이후에는 대풍이 들었다.
특히 1977년의 수확량은 4170만6000섬으로 1년 전보다 15.2%, 평년작에 비해 35.3% 늘었다.
쌀이 남아돌자 정부는 쌀 소비 억제 정책을 바꿔야 했다. 쌀 막걸리 생산과 시판을 허용한 이유다.
전국 1520개 탁주 제조장에서 빚은 쌀 막걸리는 12월 8일 등장했다. 가격은 20L를 기준으로 양조장 배달가격이 1533원, 소비자 가격이 2100원이었다.
애주가들은 아침부터 식당과 주점을 찾아 14년 만에 다시 나온 맛을 음미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담백하고 구수한 옛 맛을 되찾게 돼 여간 기쁘지 않다, 감칠맛이 난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얼큰한 맛은 느끼지 못하겠다….
어느 시민은 “물이나 방부제를 섞는 따위의 장난 없이 제 맛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불량품을 걱정했다.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미리 알았던지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주질 향상이 그중 하나였다. 국세청은 12월 한 달을 ‘쌀 막걸리 주질 향상의 달’로 정했다.
술 시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소주회사는 전국 대리점회의를 긴급 소집했고, 맥주회사는 가격을 낮춰 대중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와 기업이 애주가의 마음을 잡으려고 총동원된 셈이다. 경제난에 날씨까지 매서운 요즘, 애주가뿐 아니라 서민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발 빠르게 움직이길 기대한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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