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너무 어이없어” 통곡의 대구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56분


대구는 거대한 눈물바다였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면서 친척이나 친구, 직장동료, 이웃 주민 등의 사고 소식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에는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희생자의 유가족과 친인척들로 통곡의 도가니로 변했으며 인터넷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방화참사가 일어난 중앙로역 출입구 계단 주변에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헌화한 수천 송이의 흰 국화가 물결을 이뤘으며 일부 시민들은 고개 숙여 묵념과 기도까지 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공무원들은 일제히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이 애도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검은 리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방화참사가 일어난 중앙로역 주변의 학원가는 수강생과 강사 등 20여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중앙로역 바로 위 A공인중개사학원 수강생 이정숙씨(36·여)는 오전에 초등학교 3학년과 6세짜리 유치원생 딸을 등교시킨 뒤 바쁘게 학원으로 달려갔지만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실종자 명단에 올랐다. 대구시민회관 유족대기실에서 탈진해 있는 이씨의 시어머니 안중술씨(63)는 “6세짜리 손녀가 ‘엄마는 언제 오느냐’며 자꾸 묻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역시 공인중개사학원 수강생으로 실종된 김진희씨(33·여)의 남편 신승민씨(37)는 “아내가 휴대전화로 ‘지하철에서 불이 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며 문자메시지가 적힌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흐느꼈다.

대구시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분노와 애도의 글이 폭주했다.

L씨는 “어떻게 대구에서 이런 일이…어이없는 사건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S씨는 “대구시민 여러분, 모두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주자”는 의견을 올렸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대구시민 여러분, 당분간 음주가무를 자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TV를 보니 대구시민들의 슬픔이 서울까지 느껴집니다. 대구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격려의 글을 적었다.

대구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는 인파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아 침울한 대구의 분위기를 반영했고 운행이 재개된 지하철에는 승객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여서 대구시민들의 심리적 충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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