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밥이라도 제대로 씹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밤늦게까지 매달렸죠.”
이후 소식을 들은 동료 치과의사들이 하나 둘씩 합류하면서 상황은 점차 나아졌다. 장비와 의약품을 들고 찾아온 치과의사가 15명. 기공사와 보조봉사자까지 합하면 30여명에 달하는 모임이 됐다.
“지금은 매일 저녁 2, 3명의 의사들이 돌아가며 진료합니다. 가장 좋은 틀니를 만들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장비도 좋아졌죠.”
그러나 오랜 세월 거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피해의식이 많기 때문에 마음을 잘 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면 고마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상처만 받았죠.”
실제 한 의사는 딸 또래의 노숙자를 치료해주다가 “야, 너는 배부르고 돈 많아서 이런 데 나와 이빨 빼주면서 폼 잡느냐”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정성껏 진료해줘도 “돈 없다고 무시해 대충 치료하느냐”고 따지는 환자도 부지기수.
봉사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김 회장.
“처음에는 몹시 화가 났지만 점차 제 마음속에 ‘봉사한다’는 오만함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해야 진심이 통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김 회장은 유난히 까다롭게 굴던 한 무의탁 할머니가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고 “고맙다”며 꽁꽁 언 손으로 귤 한 봉지를 내밀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예순. 하루 종일 강남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본 뒤 또다시 왕복 2시간 거리의 요셉의원으로 향하는 것이 힘들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순번을 거른 적이 없다. 멀리서 온 환자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다.
“갈 때는 매우 피곤하지만 무료진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을 돌보는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님과 동료의사들의 인품에 반해 하루하루 이곳을 찾다 보니 어느새 17년이 흐른 것뿐입니다.”
수줍은 듯한 그의 표정이 난로처럼 주위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