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봉사생활이 벌써 11년째.
박씨는 전기공사기사 1급, 소방설비기사 1급, 전기산업기사 등 자격증만 3개인 데다 전기를 다룬 지 만 30년인 베테랑. 그가 ‘사랑의 집고치기’ 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3년 당시 근무했던 삼성물산 동료 직원들과 함께 당시 근무지였던 강원 원주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방문하면서부터.
“버려진 갓난아이들이 천막 하나로 비를 겨우 가린 썰렁한 집에서 생활하더군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때부터 불우한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짬짬이 재미삼아 하던 봉사 시간이 점점 늘어나 2001년부터는 토요일 오후는 물론 평일 퇴근 후에도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년간 근무한 울산, 경기 광주시, 대전, 서울 동작구 등의 100여곳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손재주라도 있어 남을 돕게 되니 보람을 느낍니다. 돈이 없으면 기술이나 다른 능력을 사회에 환원해야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이런 그의 삶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도 한몫했다.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씨는 3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서울로 이사했다. 홀어머니(85)가 날품팔이로 6남매를 키우다 보니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이 때문에 남들보다 세상을 먼저 알게 된 것 같다는 게 박씨의 회고다.
그는 한양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뒤 1972년 현대건설에 입사, 울산에서 근무하면서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울산공업전문대학 야간을 졸업하는 등 성실한 생활인이기도 했다.
박씨는 이런 일은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 고치고 가전제품 손보는데 한 달에 12만∼13만원 정도 밖에 안 들어요.”
월급쟁이에게는 적지 않은 돈일 텐데 그는 “별 것 아니다”며 웃는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가족과 떨어져 현장에서 지내는 후배 기술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자원봉사를 권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봉사 DIY(Do It Yourself)’라는 칼럼을 사내보에 게재하고 있다. 이 칼럼이 호응을 얻으면서 자원봉사에 함께 나서겠다는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박씨의 또 다른 보람이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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