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의 오용균(吳龍均·59) 교장은 24일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복지정책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 오 교장. 그는 2002년 대전 서구 둔산동 삼우빌딩 4층에 30∼50대 장애인을 위해 이 학교를 세웠다.
오 교장이 장애인 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은 12년 전인 1992년.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중령으로 근무하던 그는 대령 승진을 눈앞에 두고 머릿속에 주먹만 한 종양이 발견되면서 군복을 벗었다. 수술 끝에 종양을 제거하기는 했으나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장애인이 되니까 그들의 고통을 하나둘씩 느끼게 됐죠. 평생을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그는 장애인복지사업에 매달렸다. 그러다 글을 배우지 못한 일부 청장년층이 배우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변에 이런 취지를 알리고 도움을 받아 대전 서구 월평동에 60평짜리 건물을 임대해 학생들을 뽑았다.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지체, 정신, 특수 장애인 7명이 모였다. 수업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로 모두들 열심이었다.
2월에 서구 둔산동 112평짜리로 학교를 옮겼다. 학생수도 초중고 특수교육과정에 모두 57명으로 늘었다. 교사 40명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전현직 교사가 대부분이다.
현직 교사들은 학교를 마친 뒤 자신의 승용차로 장애학생들을 태워 등하교를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태워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하다.
2002년에는 검정고시 대전 수석이 이 학교에서 나왔다. 지난해에는 박장근씨(46·지체장애 1급)가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부산에 사는 박씨는 이 학교 소식을 접하고 일주일에 2, 3번씩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대전까지 와 수업에 참석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엄일섭씨(41)는 코에 기구를 달아 오르간을 연주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지난해부터 6개월간 미국 순회공연도 마쳤다. 그는 더 열심히 공부해 음대에 진학하는 게 꿈이다.
이 학교는 200여명이 매달 5000원에서 1만원씩 내는 후원금으로 꾸려가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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