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에 필요한 서버 구축이 급하다는 이유로 올해 전국 학교에 도서관 사업비로 지원하기로 한 국비 3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가져가 버렸다.
이 때문에 모처럼 나온 도서관 살리기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사서교사는 “교육부가 100억원이 없어 하필 도서관 사업비를 잘라먹느냐”며 “도서관이 국가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이라고 외칠 땐 언제고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내동댕이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의 학교 도서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1만600여개의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사서교사는 164명에 불과하다. 서울 109명, 경북 23명이고 나머지 시도에는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2년 사이 대폭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일본의 경우 4만1300여개의 초중고교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4만300여명이고 보조교사까지 합치면 무려 9만명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 대학도서관 428개와 공공도서관 425개를 제외한 나머지 8181개의 도서관은 초중고교에 있지만 이처럼 사서교사가 부족한 데다 자료까지 빈약해 많은 도서관이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외면받기 일쑤다.
교육부가 지난해 ‘공교육이 살려면 학교도서관부터 살려야 한다’며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을 내놓았을 때 학교 현장에서 “그동안 나왔던 교육정책 가운데 모처럼 좋은 계획”이라고 반긴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었다.
EBS 수능 강의가 많은 학부모의 관심을 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도서관 살리기가 당장엔 EBS 수능 강의만큼 인기를 끌 수 없을지 모르지만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서교사들의 목소리를 교육부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권효 사회2부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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