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도시계획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상정한 예산규모와 추진 일정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이른바 ‘유력지’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정부의 직접투자비를 7조2000억원으로 책정한 것은 현지의 여건을 검토하지 않고서는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수위가 제시한 직접투자비를 포함 37조를 바탕으로 할 때 거론 중인 후보지 5곳 가운데 행정수도 후보지는 한두 지역으로 압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앞으로 설치될 청와대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도 이 같은 사업비를 정책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수위 예산에 적합한 곳은?=민주당의 대선 공약집,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절 수립된 행정수도 이전 관련집 등을 토대로 떠오른 후보지는 △공주(장기)-연기권 △논산 계룡신도시권 △천안-아산권(이상 충남) △대전 서남부권 △오송-오창권(충북) 등 5곳이다.
최근에는 공주(장기)-연기권이 장기지구와 연기 금남지구로 나뉘고 대전 서남부권과 계룡신도시권이 하나로 통합돼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상정한 이전 예산 가운데 직접투자비는 예정지의 사회인프라 개발 수준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유력지’를 점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70년대 후반 ‘백지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유상혁(劉相赫·도시계획학 박사) 대전시 도시계획과장은 “인수위가 추산한 비용으로 추진한다면 5곳 중 한두 군데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인수위 보고서에는 행정수도의 사회인프라 구축비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배후도시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대학을 비롯한 교육시설과 대규모 공연장 등 사회문화시설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비용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
다른 도시계획전문가(대학교수)는 “행정수도의 사회인프라 기능을 주변 모도시(母都市)와 연계시킨다는 구상이라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전과 근접해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사업일정에 맞출 수 있는 곳은?=인수위는 2006년까지 부지를 매입하고 보상을 완료하겠다는 빡빡한 사업일정을 짰다. 후보지 5곳의 토지소유 상황이 제 각각이란 점에서 이 일정도 유력지를 꼽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천안-아산지구와 장기지구, 오송 및 금남지구의 경우 대부분이 사유지인 실정. 최소 1500만평을 조성하고 특별법을 제정한다 해도 보상가 산정과 이를 둘러싼 지주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논산지구는 이 같은 ‘험로’를 피해 갈 수 있는 곳으로 분석된다. 이곳엔 3군 본부가 들어서 있는 주변 670만평이 이미 군사시설보호구역인 데다 주변에 신도시가 개발 중이어서 부지 매입이 손쉬울 전망.
호남고속도로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광역교통망과의 연계가 용이하고 대전이 배후도시라는 점도 다른 후보지보다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 기관에서는 논산지구 주변을 계룡(행정부), 성북(환경친화적 외교단지),대전 서남부(주거 상업단지), 상월지구(개발압력에 따른 추가 개발예정지)로 나눠 광역교통망과의 연계도로 구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곳은?=인수위는 이전계획 사업비 가운데 민간건축비를 전체 비용의 60.4%인 22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행정수도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민간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분양매력이 낮은 동 떨어진 곳에 행정수도가 자리 잡을 경우 민간자본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행정수도 이전 작업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새 정부도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건설비용 과다론 및 시기상조론, 수도권 공동화와 부동산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론 등 주요 쟁점들이 산재해 있어 유력지가 확연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행정수도 이전계획 사업비 (자료:대통령직인수위원회) | |||
총사업비 | 37조2000억원 | ||
주요 시설별 | 정부 직접투자비(7조2000억원) | 청 사 | 2조1000억원 |
지원시설 | 2조7000억원 | ||
간선시설 | 2조4000억원 | ||
공영개발사업 | 7조5000억원 | ||
민간건축비 | 22조500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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