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만두 제조업체 "우리도 괴롭다"

  • 입력 2004년 6월 11일 17시 00분


“식약청이 처벌할 법은 만들지 않고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로 만두공장만 잡고 있다.”

‘불량 만두소’로 만두를 제조해오다 적발된 전남 화순 비젼푸드 신영문(35) 사장은 11일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알고 사용했거나 모르고 사용했거나 불량재료를 납품받아 쓴 만두공장에 있다. 그러나 매년 업체를 단속하면서도 미비한 법 조항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식약청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만두공장에 ‘불량 만두소’를 납품해온 으뜸식품은 3년전부터 매년 식약청에 적발 당했으나 제품을 계속 생산했고, 결국 불량인지 모르고 쓴 우리만 망하게 됐다”며 “처음 적발했을 때 다시는 그런 만두소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아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식약청을 원망했다.

그는 “현행법으로는 적발당해도 업체에서 회수만하면 아무런 문제될게 없다”며 허술한 법체계를 원망한 뒤 “진즉에 ‘단무지 파지는 버리는 것이니까 만두소로 쓰지 말라. 사용할시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법을 만들었으면 만두공장도 살고 국민들도 수년간 ‘불량 만두소’로 만든 만두를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기업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단가를 낮추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결국 대기업의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하기 위해 만두공장은 싼 재료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납품 경쟁을 벌이는 중소업체의 약점을 이용해 이윤만 챙기려한다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대기업에서 기업 윤리를 갖고 적절한 이윤만 챙겨야 영세업체도 살고 ‘불량만두’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체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제 어린자식 3명도 매일 우리공장 만두를 먹고 있는데 아무 이상 없이 잘만 큰다. 만약 쓰레기라면 제가 그것을 먹이겠느냐”고 반문한 뒤 “연간 2회 이상 공인된 국가의뢰기관에서 자가품질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쓰레기가 아니고 단무지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조각으로 만두소를 만드는 것이니 ‘쓰레기 만두’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것도 삶고 우려내는 위생처리와 세균이나 대장균 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었다는 판정을 받은 뒤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식약청장이 ‘이번에 문제가 된 만두공장들이 상호만 바꿔 다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국민들에게 아예 만두를 먹지 말라는 말이냐”면서 “대책을 세울 생각은 안하고 만두공장에 책임만 떠넘기려는 식약청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장 문을 닫는 것도 괴롭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양심 없는 사람 취급받는 것이 제일 괴롭다”면서 “아무리 돈이 좋아도 ‘단무지 파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납품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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