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도 보기 좋지만 주인공 수현(이병헌)이 몰고 다니는 멋진 외제 오픈카처럼 ‘한국에도 저런 것(곳)이 있었나’ 싶은 소품과 배경으로 화면이 가득 찬다.
개봉 이후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해 하는 누리꾼(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랐다. 미영(김효진)이 노래를 부르는 재즈 클럽은 서울 대학로에 있는 ‘45번가’라는 실제 가게이며, 벚꽃 가득한 첫 장면은 경기 의왕시 포일동 농업기반공사에서, 수현의 화랑은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찍었다.
그런 멋진 ‘그림’ 속에서, 한 남자가 세 자매를 두루 섭렵(?)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심각한 고민이나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발전하지 않고 그저 들키느냐, 들키지 않느냐 하는 스릴로만 작동한다.
영화 속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 역시 ‘우리나라에 저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아담하고 예쁜 성당이다.
이곳은 지난해 4월에 지어진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우면동성당이다. 양재역이나 사당역에서 ‘경마장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직전, 마을버스 차고지 옆에 있다.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10∼15분.
신자 수 2200여 명으로, 성당 치고는 작은 규모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과 교육관은 주택을 개조한 것. 십자가가 달린 교회 지붕 탑은 높지도 뾰족하지도 않은 정겨운 모양이다. 고도제한지구라 높이 올릴 수도 없었다고 한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영이 “사실 나 오빠한테 비밀 하나 있어”라며 울먹이고, 수현이 “얘기하지 않아도 돼”라며 다독이는 마당도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300평 남짓한 작은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와는 달리 이 성당은 결혼식 신청을 받지 않는다.
물론 우면동성당 외에도 서울에는 그 자체로 훌륭한 건축물인 성당이 많다. 명동성당(사적 제258호)뿐만 아니라 역삼동성당과 목5동성당도 뛰어난 건축미로 명성이 높다.
가장 오래된 성당인 중림동성당(약현성당·사적 제252호)은 명동성당의 모델이 된 곳. 번잡하지 않고 주변 부지도 넓어 찾아가 볼 만하다. 절두산 순교성지(절두산성당)는 산세와 강변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추녀 모양의 건물 형태가 아름답다.
대부분의 성당은 신자가 아니라도 들어갈 수 있다. 크리스마스 오전, 성탄 특집 TV 외화 감상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성당 주변 산책이 더 낫지 않을까.
서울시내 명소(名所) 성당 | ||
성당 | 주소 | 연락처 |
명동성당 | 중구 명동 | 02-774-1784www.mdsd.or.kr |
중림동성당(약현성당) | 중구 중림동 | 02-392-5018, 02-362-1891서울역에서 염천교 방면으로 좌회전 |
절두산순교성지(절두산성당) | 마포구합정동 | 02-3142-4434지하철 2, 6호선 합정역에서 도보로 10분 |
역삼동성당 | 강남구역삼동 | 02-553-0801, 02-554-0801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1번 출구 방향http://church.catholic.or.kr/yoksam/ |
목5동성당 | 양천구목5동 | 02-2644-1100파리공원 옆www.mok5.com |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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