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서울대

  • 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30분


코멘트
“명령대로 퍼뜩 들어왔심더. 식 올리지예.”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예비 장인이 결혼 조건으로 내건 ‘전국 3000등 이내 성적’을 얻어 서울대에 입학한 태일(차태현). 입학식 날 서울대 정문 앞에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예비 장인(유동근)과 첫사랑(손예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위쪽 사진). 25일 서울대 정문 앞은 졸업식 때문에 다소 혼잡했지만 평상시 서울대 캠퍼스는 조용하고 잔디밭이 많아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박경모 기자
“명령대로 퍼뜩 들어왔심더. 식 올리지예.”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예비 장인이 결혼 조건으로 내건 ‘전국 3000등 이내 성적’을 얻어 서울대에 입학한 태일(차태현). 입학식 날 서울대 정문 앞에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예비 장인(유동근)과 첫사랑(손예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위쪽 사진). 25일 서울대 정문 앞은 졸업식 때문에 다소 혼잡했지만 평상시 서울대 캠퍼스는 조용하고 잔디밭이 많아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박경모 기자
휴대전화 커닝, 고교의 성적 조작, 입학처장의 입시 부정….

줄줄이 터져 나오는 교육계 부정·비리들을 지켜보며 입 달린 사람이면 한마디씩 하는 게 “일류대 병(病) 때문이야”라는 코멘트다.

수요가 있으니 부정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류대 병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콤플렉스로 남을 정도다.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조직 폭력배들의 꿈은 서울대 출신 사위를 얻는 것이었고, ‘맹부삼천지교’는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 하는 아버지 이야기를 다뤘다.

차태현 손예진 유동근이 주연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년 작)는 아예 영화의 주요 장면을 서울대 정문에서 찍었다. 영달(유동근)은 딸 일매(손예진)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고교생 태일(차태현)에게 전국 3000등 안에 들 것을 요구하고 태일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다. 입학식 날 태일은 ‘샤’ 자 비슷하게 생긴 서울대 정문 앞에서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영달에게 조른다.

한국인 중에 이 문을 그저 단순한 출입문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있을까. ‘샤’ 자 모양은 어떤 이들에게는 출세의 심벌이겠지만 민주화운동이 거셌던 시기에는 시위 학생과 경찰의 대치선이었다. 대학 관련 뉴스의 자료 화면으로 종종 나올 만큼 아카데미즘을 상징하는 조형물이기도 하다.

이 문은 우리나라 금속공예의 대부이자 서울대 공예과 교수였던 강찬균 씨의 작품.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고 2년 뒤인 1977년에 만들었다.

독특한 디자인은 ‘국립 서울 대학교’에서 ㄱ자, ㅅ자, ㄷ자를 따와 합친 것. 전에는 ㄱ, ㅅ, ㄷ을 ‘공 산 당’에서 따왔다는 우스개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청년실업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고등 실업자 대기소’라는 해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대 캠퍼스는 가족이나 연인이 갈 만한 공원으로서도 훌륭하다. 면학심이 절로 날 것 같은 정갈한 분위기도 좋고, 곳곳에 잔디밭이 많다. 학생이 아니더라도 캠퍼스 내 학생 식당 6곳과 교직원 식당 5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캠퍼스가 크기 때문에 미리 서울대 홈페이지(www.snu.ac.kr)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서울대 박물관(http://museum.snu.ac.kr)과 규장각(http://kyujanggak.snu.ac.kr)을 가보자. 대운동장 뒤편에 있는 서울대 박물관은 1865평의 공간에 고고학과 인류학, 자연사,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관람료는 없으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5시 문을 연다.

규장각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국보 7종과 각종 고문서와 옛 지도 등 26만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이나 신림역에서 캠퍼스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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