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찾아 입국 줄리 『날 버린 엄마 보고 싶어요』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32분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모두 좋은 양부모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줄리 브랜츠(30·여). 그가 만난 양부모도 그랬다. 세살 때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가정에 입양된 그는 아직도 끔찍하게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간다.

그는 1970년 2월 전남 나주에서 차디찬 겨울바람 속에 버려졌다. 그는 1년여를 영아원에서 지내다가 71년 4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줄리의 양부모는 아들만 둘이었다. 아이를 입양할 만큼 생활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짐작컨대 이들은 이웃에게 그들이 ‘은혜’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줄리를 입양한듯 했다.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유독 심한 미국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동양인 입양아가 성장하면서 겪은 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을 정도.

힘이 생겨 저항할 수 있기 전까지 그는 양부모로부터 매질도 많이 당했다.

그러나 줄리는 억센 ‘들풀’처럼 스스로를 지키며 자라났고 고교를 졸업한 뒤 홀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그는 ‘TRW’라는 컴퓨터 시스템 회사에 입사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렸다. 그는 최근 이 회사 지역 책임자로까지 승진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 주한 미군 컴퓨터 시스템 관리를 맡은 TRW사가 한국에 직원을 파견할 때마다 자원해 조국땅을 찾았지만 그동안 엄마를 찾을 용기는 내지 못했다.

27년간 가슴에 묻어온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애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꼭 한번은 엄마를 만나 묻고 싶어요. 왜 나를 버렸는지…, 그리고 이젠 용서할래요….”

4박5일간의 짧은 ‘귀향’을 마치고 또다시 기회를 내 내한할 것을 약속하며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돌아간 그의 눈망울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연락처는 대한사회복지회 02―567―8891.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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