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위기 아버지, 덴마크 입양 딸 30년만에 만나

  • 입력 2004년 7월 30일 00시 58분


“너무 미안하구나. 이토록 곱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아빠를 만나니 너무 행복해요.”

29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실명 위기에 처한 김종대씨(66)가 덴마크로 입양된 막내딸 인숙씨(32)를 30년 만에 상봉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인숙씨는 통역이 있었지만 말문을 잇지 못한 채 연방 눈물을 흘렸다. 왼쪽 눈은 이미 잃었고 오른쪽 눈마저 거의 실명상태에 가까운 데다 청각장애도 심한 김씨도 별말 없이 막내딸을 쓰다듬었다.

1958년 강원 원주시에서 6·25전쟁 때 버려진 폭발물을 만지다 왼쪽 눈과 오른팔을 잃어버린 김씨는 어렵게 살아오다 75년 만 세살의 인숙씨를 덴마크로 입양시켰다.

그는 “벽돌공장과 부두를 전전하며 막노동을 했지만 네 자녀를 키우기엔 너무 벅차 막내딸이 남부럽지 않게 살도록 하기 위해 해외 입양을 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녹내장으로 인해 한쪽 눈마저 잃을 처지가 되자 막내딸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이에 인숙씨의 둘째 언니 인영씨(37)가 1월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모 방송국에 사연을 보냈고 이 소식이 덴마크 교민사회에 알려졌다.

천태종 덴마크 포교당 신도회장인 고태정씨(52)와 부인이 수소문 끝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인숙씨를 찾아냈다.

덴마크인 남편(38)과 함께 고국을 찾은 인숙씨는 일주일 동안 가족을 만난 뒤 돌아갈 예정이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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