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우리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 과거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기도 했고 한국의 ‘불행한 관습’ 때문이기도 했다”며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88년 2월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의 부끄러웠던 기억을 토로했다.
“당시 한 모임에서 한 여학생으로부터 ‘당신네 나라는 우리를 낯선 외국에 팔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느낀대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 외에 뭐라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좌중에 흐느낌이 일었다. 김대통령의 말이 계속되면서 다과회장은 곧 눈물바다가 됐다.
“몇년 뒤 다시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그 여학생은 기자로서 나를 인터뷰하러 찾아왔다. 그는 자기의 운명을 잘 극복한 것이다. 여러분 모두 성공한 사람으로 여기에 왔다. 그리고 그도 이 자리에 있다. 여러분의 체험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김대통령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사람은 지금은 스웨덴의 법률자문회사에서 일하는 리나 김(33)이었다. 그녀는 “그때 대통령과의 만남이 저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인사했다.
또 미국에서 의료기기회사를 운영하는 클레멘트 토머스(46)는 “과거는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꾸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께서 이제 미래로 향한 문을 열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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