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국내 입양 실태]미혼모 낳은 신생아 90%차지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키우자’는 각성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입양은 최근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요보호아동(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9292명으로 이중 3675명(40%)만이 국내 또는 해외의 새 부모를 만났다.

국내입양의 비중은 △97년 40.7% △98년 38.8% △올 상반기 36.4% 등 점차 줄어드는 추세.

근년에 들어 국내입양 신청 건수는 입양이 성사된 건수의 두배 가량에 달한다. 국내입양 신청자가 입양아동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국내입양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입양아동중 미혼모가 낳은 신생아의 비중이 90%로 기아(棄兒)나 결손가정 아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도움 없이는 부모 없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버려진 장애아’가 국내입양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해방 이후 올 6월까지 국내외에 입양된 장애아는 모두 3만2814명. 이중 국내입양은 0.5%(168명)에 불과하고 99.5%(3만2646명)가 해외로 입양됐다.

해외입양은 성비(性比)에서도 국내입양을 보완해주고 있다.

91년부터 국내입양아중 여아의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에 입양된 1426명의 55.5%가 여아였다.

반면 해외입양은 91년 이전에는 여아가 남아보다 훨씬 많다가 92년에 비슷해지더니 93년부터는 남아가 여아보다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입양기관들이 국내입양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독려에 따라 국내입양자에게 입양아동 선택의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동방사회복지회 김태옥(金泰玉)후원사업부장은 “최근 국내입양 신청자의 70∼80%가 딸을 원한다”며 “입양의 목적이 대(代)잇기에서 자녀 키우는 행복 찾기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성가정입양원 원장 레나타수녀는 “‘보육원에서 크는 것보다는 해외입양되는 편이 낫다’는 식의 태도는 일종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다”며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사회적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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