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대입]대학 “뭘 보고 뽑나” - 학생 “짐만 늘어”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9분


“무슨 기준으로 신입생을 뽑으라는 말이냐.”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제 폐지와 내신 비중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26일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대학들은 선발 기준이 모호하다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교간 학력 차를 인정하지 않아 고교 내신의 신뢰성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수능 성적을 등급만으로 제공할 경우 수험생들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부실해진다는 불만이다.

▽대학별 고사 강화될 듯=성균관대 현선해 입학처장은 “수능 1등급을 4%로 정해도 그 숫자가 대략 2만5000명에 이르는데 이들 대부분은 학교 성적도 1등급일 것”이라며 개선안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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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경범 전문위원은 “고교별 학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을 더 높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더욱이 수능마저 주요 전형 요소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수능 및 내신 등급을 받은 수많은 수험생을 평가하기 위해 대학들은 과거 본고사 형태의 시험이 금지된 상태에서 논술과 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선발 자율권 확대해야=연세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학생부와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교육부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수능 등급화에 반대한다”고 전제하고 “등급화를 시행하려면 대학에 학생 선발권부터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의 입시전형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울대 김 본부장은 “현재 인문계에서만 보는 논술시험을 앞으로 자연계에도 도입하고 논술과 면접시간을 늘려 더욱 심층적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노일선 입학홍보팀장은 “수시모집에서만 실시했던 전공적성 검사를 정시모집에도 도입하고 논술과 구술면접을 병행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기태 입학처장도 “예컨대 외국어로 통합교과적인 내용을 강의하고 문제를 낸 뒤 이를 답안으로 써서 제출하는 방식 등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이용구 입학처장은 “교육부에서는 고교등급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려는 대학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부모 학생 걱정 태산=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별로 더욱 다양한 시험이 시행될 경우 사교육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학부모 고순주씨(38·여·서울 양천구 목동)는 “학교 수업의 중요도를 높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학별로 논술 구술면접 비중이 커져 결국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원재 대변인은 “학생부도, 수능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별 고사 준비 부담까지 늘어나 입시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사교육비 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원가 “고난도 수업 준비”=일선 학원들은 사태 추이를 주시하면서 내신 관리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 J학원 관계자는 “학교 시험 준비에 더 신경을 쓰는 한편 논술 구술면접을 위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중심으로 고난도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H학원 관계자는 “내신에 대비해 선행학습에 중점을 두는 한편 토론과 글쓰기 위주로 수업 방향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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