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 세계가 보이지 않는가

  • 입력 2005년 5월 3일 21시 03분


새 대학입시제도가 공교육을 위기로부터 구하기는커녕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들을 새로운 입시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 수험생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강요하는 잣대에 맞추느라 ‘도토리 키 재기’식 내신 전쟁의 포로가 되고 있다. 그 대가로 세계적 무한경쟁에서 인적 우위를 확보할 만한 인재양성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참고 견뎌야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를 접게 한다.

우리처럼 정부가 나서서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 나라는 없다. 그리고 아예 희망 없는 국가를 빼고는 정부가 대학들의 학생선발권을 사실상 강탈하다시피 하는 나라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대학별 본고사에 대해선 무조건 ‘절대금지’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장기간 같은 틀의 입시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처럼 정부가 입시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 미국 대학들은 원하는 학생을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선발한다. 대입 경쟁률이 낮은 편인 프랑스에서도 지원자가 몰리는 그랑제콜은 자체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는 우리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대입통일시험이 있지만 대학들의 자체 기준은 존중된다. 대입을 위한 전국 규모의 학력평가시험을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전형방법 선택권은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추세다.

대입을 둘러싼 작금의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것인데도 그런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이번 사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입시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교육당국은 인정해야 한다. 경쟁국들이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존중하는 까닭은 그것이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능 소지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획일성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취임 후 국내 대학 가운데 15곳을 세계적인 명문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목표로 다가가는 지름길은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정부는 과연 세계를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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