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위주인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첫 적용 대상자인 고교 1학년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른다. 교육부가 새 제도를 내놨을 때부터 오늘의 상황은 예견됐다. 수능과 논술, 면접시험 등으로 대학에 간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내신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교육부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현실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공책을 찢어가며 ‘서로 못 죽여’ 안달하고 내신 중압감을 못 견뎌 자살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 교육현장인가. ‘내신성적 나쁘면 끝’이라는 잘못된 대입제도와 정책이 학교를 어디까지 황폐화하고 학생들을 얼마나 죽고 싶게 만드는지 당신들은 아는가.
교육부가 진정 학교교육 정상화를 꾀한다면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하는 일로서 첫 단추를 끼워야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교 간 학력차와 교사들의 능력차를 조정하는 등의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정책’은 외면했다. 학생들에게만 ‘학교공부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는 가장 안이한 방법을 택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흥분한 학생들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만을 나무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을 달래던 부모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새 대입제도를 잘 몰라서 그런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생각은 말기 바란다. 아이들은 무능한 정부와 불합리한 정책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나라와 어른들에 대해 적개심을 불태우는 어린 반란군을 더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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