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兵風리스트’ LG 39-두산 12명 포함

  • 입력 2004년 9월 9일 23시 35분


병역비리에 연루된 프로야구 전현직 선수의 숫자가 서울경찰청이 당초 발표한 50명의 2배가 훨씬 넘는 112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는 서울경찰청이 9일 공개한 병역 브로커 우모, 김모씨의 수첩에 적힌 167명의 ‘고객 명단’을 본사 취재팀이 분류한 결과다. 이 가운데 8개 구단 현역선수는 96명으로, 재일교포 선수 2명을 포함해 한국 국적을 가진 전체 프로야구 선수 465명의 20.6%에 이른다.

특히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는 58명의 선수 중 39명이 명단에 올라 있어 이들이 모두 소환될 경우 2군 선수단 운영은 고사하고 이달부터 확대된 1군 엔트리 31명을 채우기에도 부족한 상태. 39명 가운데 11명이 병역 미필자다. 게다가 LG는 외국인 선수 2명과 일부 고참선수를 제외하고 스타 선수가 대거 포함돼 있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 중에는 재일교포 선수도 1명 끼어 있다.

상위권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산과 삼성, SK, 그리고 롯데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슈퍼스타들이 명단에 포함돼 있어 올 시즌 남은 레이스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단별로는 LG에 이어 역시 서울 팀인 두산이 12명으로 뒤를 잇고 한화(11명), 롯데, SK(이상 8명), 삼성 현대(이상 7명), 기아(4명)의 순.

현역선수 외에 한화 출신인 브로커 김모씨를 비롯해 은퇴선수가 16명이고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학생야구를 했던 야구인 출신까지 합하면 12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로커의 수첩에 기재된 명단을 바로 혐의자로 보기는 어렵다. 수첩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출신지역은 명기돼 있지만 현역 입영 대상자도 일부 눈에 띄고 병역사항과 병명이 적혀 있지 않은 이름도 절반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들 중 일부는 현재 병역을 면제받기 위한 착수단계이거나 단순히 ‘미래의 고객’일 가능성도 있다.

또 병명에는 신종 수법으로 알려진 사구체신염뿐만 아니라 척추 관련 질환, 수장족저 다한증, 악골 질환, 수핵 탈출증 등도 있어 병역 브로커들이 다양한 수법을 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LG 어윤태 사장 “사실이라면 구단 문닫을 판”

“설마 그럴리가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어윤태 사장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이 9일 공개한 병역 브로커의 수첩에 LG 현역선수만 39명이 포함돼 있다는 기자의 전화를 받자 “우리도 자체 조사를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명단을 확인한 뒤에도 “뭔가 잘못됐다. 아마 앞으로 접촉할 미래의 고객까지 대거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도 걱정이 앞서는지 다른 구단의 숫자를 물어본 뒤 LG 선수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정도 인원이 한꺼번에 경찰 조사를 받는다면 어떻게 야구를 할 수 있겠나. 야구단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현재 6위를 달리고 있는 LG는 공동 4위인 기아 SK를 2승차로 추격하며 한 장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향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 그러나 8개 구단 중 1일 가장 먼저 4명의 선수가 소환됐다. 앞으로 명단에 오른 선수들이 경찰에 줄줄이 소환당할 경우 남은 경기에서 큰 전력 손실이 예상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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