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風 위기의 프로야구]<하>제2, 제3의 상무가 필요하다

  • 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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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태풍에 휘말린 프로야구를 보면서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경찰측이 공개한 리스트에 오른 축구 선수는 단 1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는 어떻게 병풍을 비켜갈 수 있었을까.

축구는 96년 3월 경찰청팀이 창단되면서 기존의 상무와 함께 두 개 팀이 프로선수들의 숨통을 어느 정도 트게 해 준 상태. 특히 상무팀이 2003년부터 프로축구리그에 뛰어들면서 아마추어 선수는 한명도 받지 않고 프로선수만 받아 군복무 중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경찰청은 14명, 상무는 22명의 프로 선수를 받아들였는데 이는 12개 프로축구단의 입대 희망자를 거의 소화한 것. 올 해 말 경찰청에서 11명, 상무에서 16명이 제대할 예정이어서 내년에도 최소한 27명 이상의 프로 선수를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98년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넨 혐의로 아버지가 불구속 입건됐던 한 선수는 상무에 들어간 뒤 국가대표로 다시 뽑힐 만큼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또 경찰청팀은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매년 3억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프로 2군 리그에 편입돼 있다.

반면 야구에서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은 상무 밖에 없다. 그나마 엔트리는 35명에 불과하다. 한 해에 상무에서 받아들이는 프로야구 선수는 12명 정도여서 나머지 20여명은 글러브를 벗고 일반 사병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해야할 처지.

롯데 양상문 감독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성적으로 병역 특례를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상무 입대도 제한적”이라며 “육군 공군이나 경찰청에서 팀을 만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9년 경찰청팀 창단을 추진하다 무산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계자 역시 “군복무를 하면서도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창설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 운영비는 일정 비율 이상 KBO와 8개 팀이 분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기사병(방위병)이 퇴근 후 홈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전례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일정기간 군사훈련을 마친 뒤 소속 구단 연고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며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프로농구의 경우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 선수들은 대부분 소속팀 체육관이나 숙소 근처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게임을 뛰지 못하더라도 퇴근 후 훈련을 하며 군복무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병역 비리를 부추기는 규약 개정도 시급하다. 현재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려면 9시즌을 뛰어야 하는데 군복무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병역을 마칠 경우 FA를 위해 1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해 입사할 때 군 경력을 반영해주는 일반 기업체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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