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정부와 민주당은 당정회의를 열어 외국영주권 취득자 등 국외 이주자가 국내에서 연예 활동 등 영리행위를 했을 경우 병역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병역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된 병역법이 발효되면 상당수 해외파 연예인들은 군에 입대하거나 활동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당정회의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외 이주자로서 병역 혜택을 받고 있는 연예인은 180여명에 이른다. 이중에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댄스 가수 Y와 모 그룹 멤버 A 등 가요계 톱스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은 국내 대학에 진학 혹은 편입해 병역 연기 혜택을 받거나 1년 활동 후 6개월 동안 출국해 있는 등 편법을 통해 징집을 피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파 연예인들은 왜 군 입대를 피하려는 것일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공백기가 가수에겐 '치명타'라는 게 가요계의 시각이다. 1년에 출시되는 가요 음반은 대략 500~600장이니 현역 혹은 공익 근무요원으로 연예 활동을 중단했을 경우 대중에게 잊혀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해외파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부 국내 인기 스타들 역시 온갖 편법을 동원해 병역 면제를 얻어냈거나 얻으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연예인은 "정신병, 호흡 곤란증 등 군대에 갈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을 조작하거나 의도적으로 탈골 연습을 하기도 한다"며 "B씨의 경우 일부러 몸에 칼자국을 크게 내서 군대를 빠지려 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젊은 스타들이 한창 나이에 그렇게 아픈 데가 많냐고 이죽거림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또 "거액의 뒷돈을 주거나 편법을 동원해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중견급 연예인도 적지 않다"며 "요즘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활동을 완전 중단하고 아예 외국으로 떠날 것을 고려하는 연예인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일부 스타들의 이같은 병역 기피는 그들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일 뿐 아니라 비겁한 행동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신인가수 싸이가 '국방의 의무를 지키겠다'고 선언해 화제 아닌 화제가 된 바 있다. 연예인이 군에 입대하는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현실은 씁쓸한 연예계의 풍경에 다름 아니다.
급히 외국으로 돌아가는 해외파 연예인이나 편입 시험으로 학생 신분을 연장하는 것이 병역 기피가 아니길 바란다. 이휘재, 차인표, 이병헌처럼 제대 후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이는 스타는 많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광고 문구처럼 '지킬 것'은 지키자.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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