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업체에 불법 파견근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병역특례로 한 벤처기업에 근무중인 K씨는 99년 말 입사하자마자 연수도 받지 않은 채 다른 업체로 불법 파견근무를 나갔다. K씨는 작년 내내 병역특례 고급인력이 근무할 수 없는 2개 업체에서 일했다. 지금도 한 닷컴기업에서 불법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K씨가 파견업체에서 벌어오는 돈은 월 600만원이지만 손에 쥐는 돈은 140만원. K씨는 한때 회사를 고발할 생각도 했으나 불법 파견근무 사실이 드러나면 다시 군대에 가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
작년말 콘텐츠 관련 벤처기업에 병역특례로 입사한 Y씨도 두 번이나 불법 파견근무를 했다. 그 중 한번은 벤처기업과 전혀 무관한 병원에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을 했다. Y씨와 함께 일한 나머지 3명도 모두 병역특례 인력이었다.
▽엉뚱한 업무도 맡아〓병역특례 지정업체 안에서 정해진 업무 이외의 엉뚱한 일을 시키는 위법 사례 또한 적지 않다.
프로그래밍과 서버 관리를 하는 조건으로 한 벤처기업에 입사한 C씨는 문서를 다루고 발송하는 일 등을 맡고 있다. C씨는 복무기간인 28개월 동안 프로그래밍이나 서버 관리를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3개월 전 한 프로그램 개발회사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한 J씨도 물건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단순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를 타는 것까지 J씨의 일이 됐다.
벤처기업 병역특례 근무자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일반 개발인력의 4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병역특례 부당행위 고발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병역특례자는 “잡업과 특근을 거부할 경우 상관이 ‘군대 가’라는 말로 협박을 한다”며 “이런 대우를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62개 업체가 법규위반 들켜〓병무청은 지난 한 해 동안 벤처기업과 일반 산업체를 포함, 1만2613개 병역특례 지정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0.5%에 해당하는 62개 업체가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례는 이보다 많다는 것이 병역특례자들의 전언. 3차례 불법 파견근무를 한 K씨는 “작년 4월 병무청에서 조사를 나온다고 해 회사에 돌아가 근무하는 시늉만 했더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K씨는 “실사를 나온다는 정보를 회사가 미리 아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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