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박 원사는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병역면제, 의병(依病) 전역, 카투사 선발, 보직 변경 등 온갖 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것만 100여건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그런 인물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에 2월에 종결된 검군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의 활동 결과는 300여명의 병역비리 사범을 적발하고도 ‘깃털’만 잡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박 원사에게 돈을 준 지도층 인사들과 상납받은 군 간부의 비리 전모가 규명돼야 한다. 그동안 병역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고위층 인사를 봐주기 위한 축소 수사라는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보면 이번에 철저한 재수사를 하는 것만이 그런 의혹을 씻는 길이다. 만약 수사 축소를 위한 외압이 있었다면 외압의 실체 역시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관계 고위층 자제 관련설이 제기될 때마다 수사당국이 ‘박노항을 잡아야 알 수 있다’고 말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박 원사의 도피 경위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현상금 2000만원에 전국에 수배전단이 뿌려진 가운데 그가 3년씩이나 도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뇌물상납 등 파문을 두려워한 누군가가 뒤를 봐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많은 비리를 박 원사가 혼자서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렵다.
차제에 우리 사회에서 병역비리는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 특히 지도층 자제의 병역 기피는 일반 국민 사이에 심각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병역기피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했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병역기피 풍조가 심각한 만큼 수사당국은 이번 재수사를 병역비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사당국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과 검찰이 2월에 해체됐던 검군 합동수사본부를 재구성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앞으로 수사과정을 지켜보겠지만 우리는 이번 수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못박아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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