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 드러나나〓“박원사가 검거됨으로써 병무비리 수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박원사가 검거되자 군의 한 수사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98년 5월 민군 합동수사가 시작된 이래 수사반은 3차례에 걸쳐 병역비리를 샅샅이 훑었으나 이른바 ‘깃털’만을 검거했고, 수사단은 99년 2월 해체됐다. 비리를 추적해 가다 보면 번번이 박원사 부분에서 연결고리가 끊겨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박원사가 개입한 병무비리와 관련해 기소중지된 사건은 당초 알려진 20여건보다 훨씬 많은 100여건이나 된다. 사건 1건에 1명이 병역특혜를 받았다면 모두 100여명이 박원사의 도움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도 “(박원사 사건이 제대로 규명될 경우) 사상 최대액의 뇌물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년간의 병무비리 수사 결과 박원사에게 돈을 건넨 혐의자 파악 등 상당한 수사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사는 또 ‘검은 거래’로 챙긴 돈을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군 상층부를 비롯한 관계 요로에도 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역 특혜를 받게 하려면 군 안에서만 군의관, 병무청 직원, 부관참모 등과 ‘먹이사슬’처럼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군 관련 인사들이 무더기로 구속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박노항원사 주요 혐의 | ||
수사주체 | 수사시기 | 혐의내용 |
국방부 검찰부 | 98.6 | 육군본부 모병연락관 원용수준위에게서 입영대상자 12명의 병역을 면제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 수수. |
〃 | 99.4 | 계좌추적 통해 박원사가 4억원의 뇌물 받은 혐의 포착. |
검군 합수부 | 99.5 | 프로농구 김훈선수 아버지에게서 3500만원 받고 김선수 병역면제판정 받게 해준 혐의. |
군 검찰 | 99.7 | 서울지역 의병전역 및 공익근무요원 병무비리 사건 54건 가운데 박원사가 15건에 개입했다고 발표. |
검군 합수부 | 2000.3 | 서울 영등포구 S병원 전 방사선실장 박홍기씨(49)에게 1인당 100만원씩 700만원 주고 징병검사 대상자 7명에 대한 진단서 발급 때 진짜 허리디스크 환자의 CT필름으로 바꿔치기토록 한 혐의. |
▽수사 어떻게 진행될까〓수사의 초점은 박 원사에게 병역 관련 청탁을 한 고위층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는 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사는 98년 5월 잠적하기 전까지 국방부 합동조사단 소속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사회지도층 인사 자제들의 병역사항 조사를 맡았으므로 이들 지도층 인사와 접촉이 잦았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 지도층 병역비리 수사의 경우 일단 박 원사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민군 검찰에 축적된 첩보나 수사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박 원사에게 돈을 준 고위층들이 박 원사가 잠적해 있는 동안 증거를 없애버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는 박 원사의 진술을 토대로 뇌물 공여자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 박 원사가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수사는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또 뇌물공여의 공소시효가 5년이라는 점도 변수다. 공소시효는 병역 특혜의 대가로 뇌물을 준 시점부터 5년이다. 따라서 박 원사가 병무비리를 저지르고 98년 5월 종적을 감춘 후 이미 3년이 지나버린 만큼 96년 이전 병무비리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지도층 인사들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물론 뇌물 수수의 공소시효는 그 액수에 따라 이보다 길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연루 사실이 공개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들 중에는 박 원사가 병무비리의 ‘몸통’이라고 하지만, 소문만큼 수사 성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병무비리로 구속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모든 혐의를 박 원사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박 원사가 ‘몸통’이 됐을 뿐 실제로는 그가 ‘몸통’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태원·이명건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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