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석연찮은 점으로 미루어 이번 수사가 병역비리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우선 박원사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군 검찰과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갈등이 불거진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군 검찰은 박원사가 도피중에도 합조단 소속의 헌병 동료들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고 이와 관련해 98년 당시 합조단장(예비역 소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측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합조단 관계자들이 도피중인 박원사를 만나 수사상황 등을 알려주었다는 것은 단순한 도피방조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이든 조직적이든 박원사를 감싸고 돈 데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구조적인 병역비리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박원사는 도피중에도 군의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병역면제를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구조적인 병역비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우리가 군 검찰의 박원사 비호세력 수사결과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역면제 청탁자에 대한 수사도 박원사의 입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그러나 군 검찰은 지난주 병역비리에 연루된 130여명의 명단을 검찰에 넘기면서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등 거물급 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박원사의 진술에 거물급 인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렇게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99년 10월 병무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대 국회의원 직계 비속의 경우 45%가 병역면제 또는 공익요원 등으로 현역 입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 때문에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 관련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행태를 고발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때문에 박원사의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특권층 수사를 얼버무려선 곤란하다. 당초 검찰은 박원사만 잡히면 병역비리가 모두 드러날 것처럼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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