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용으로 악용될수도… ‘性파라치’ 도입 물의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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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매매 범죄 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11일부터 ‘성매매 범죄 신고보상제도’를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 제도의 기본 취지는 국민의 신고를 활성화해 성매매 범죄 자체를 근절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2001년 도로교통법 위반사범 신고를 위한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했으나 사회불신 조장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3년 만에 폐지했다.》

▽예상되는 부작용=우선 보상금을 노리고 ‘성(性)파라치’를 생업으로 삼는 전문 신고꾼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매매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유흥업소나 호텔, 모텔 앞 등에 머물면서 카메라를 상시적으로 들이댈 것이 분명하다.

경찰은 이들이 보낸 각종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하겠지만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당사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경찰이 신고자들의 제보를 근거로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인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더욱 큰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로 성매매 범죄가 많이 적발되겠지만 성매매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회복 불능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신고자들이 불륜을 미끼로 협박을 일삼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또 신고자들이 경찰에 제출한 사진 등 각종 증거물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제도로 인해 유흥업소는 물론이고 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경찰 입장=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범죄 신고자에 대해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법무부는 구체적인 시행령과 예산이 확보되는 2006년부터 보상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법무부와 별도로 신고보상금 제도를 조기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경찰의 단속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부터 일주일 동안 전국적으로 1만35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집중 단속에 나섰으나 적발 인원은 468명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의 특성상 경찰만의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신종 성매매는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의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계 의견=이 제도에 대해 각계 인사들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화여대 허라금(許羅今·여성학) 교수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신고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보상금을 타기 위해 신고하는 것이 사회 전반의 성매매 문화를 바꾸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홍진표 정책실장도 “카파라치가 실패한 것은 돈 버는 직업으로 생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민감한 성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논란만 크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새로운 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성매매 근절에 시민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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