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오전 경찰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성매매행위 단속에 나섰지만 일선 경찰은 애매한 법 조항과 실효성 때문에 애를 먹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구매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위해 성매매 행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었던 윤락행위방지법과 달리 성매매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애매한 규정이 많아 일선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우선 신체 일부를 사용한 성매매 행위도 유사성행위로 포함시켜 처벌토록 한 데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경찰은 유사성행위의 경우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이 부분을 성행위로 인정한 법원 판례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기존의 성행위 개념도 단속할 때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은데 유사성행위는 더 어렵다”면서 “물질적 증거 없이 다그칠 경우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법무부가 별도 방침을 하달할 때까지 당분간 유사성행위에 대한 단속은 보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의 성매매행위에 대해서는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처벌하도록 한 규정도 애매하다.
물론 성구매자의 경우 행위의 시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업주의 경우 계속 영업을 해 왔기 때문에 단속 시점에서는 신법인 성매매특별법을 적용하도록 경찰이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업주들은 전보다 훨씬 강화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업주들을 단속해야 성매매 관행이 뿌리뽑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업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매매를 유도하는 광고전단지도 논란거리다. 경찰청은 현재 청소년보호법 제51조에 규정된 ‘청소년에 유해한 광고매체물’을 단속의 기준으로 삼으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그러나 성인 광고물은 구체적인 표현을 하지 않더라고 성매매 광고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 광고물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매매를 암시만 할 경우 단속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운 실제 업주에 대한 처벌도 ‘자금 또는 건물 제공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 특별법 조항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침.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무차별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속 및 처벌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인권침해냐, 직무유기냐 하는 혼란상태가 계속 될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설마” 했다가… 23일 138명 적발▼
경찰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새벽 전국적으로 일제 단속을 벌여 성구매자 59명을 포함한 138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이날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4시간 동안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대도시에 경찰관 등 3082명을 투입해 주요 집창촌과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적발된 사람은 성매매 업주 48명, 성구매자 59명, 성매매 여성 21명, 광고 전단지 배포 등 기타 위반행위자 10명 등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의 성매매업소 업주 및 여성 300여명은 23일 오후 9시부터 1시간반 동안 이 일대에서 경찰의 성매매특별법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우 경찰 656명과 시민단체 관계자 15명이 합동단속을 펼쳐 38명을 검거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