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관점과 지향에 따라 고교등급제 찬반(贊反)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지금은 안병영 교육부 장관의 호소문대로 “학교교육 정상화, 대학 자율, 국가경쟁력 제고 등의 조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3불 원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독선적, 반(反)민주적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대학측 반발을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본다는 여당측 인식은 과거 독재정권의 권위주의를 연상케 한다. 대입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강남-비(非)강남, 가진 자-못(덜) 가진 자의 계층갈등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심(邪心)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현실을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 붕괴로 교사 자녀까지 해외유학을 떠나는 상황이다. 본고사가 폐지되면 감소하리라던 사(私)교육비는 되레 늘고 학교간 학력차도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3불 원칙’을 법제화한다면 대학은 눈감고 학생을 뽑으란 말인가. 그 결과 하향평준화한 대학으로 가득한 나라가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갖고, 그 졸업생들이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갈 수 있겠는가.
노력한 만큼, 능력만큼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고 자유민주사회다.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은 전반적,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 노력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고교에 들어가서, 학교가 어떻게 가르쳤든 실력은 물을 것 없이 같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것은 빗나간 평등주의일 뿐이다.
우수한 인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됐다. ‘3불 원칙’의 법제화는 개혁의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교육의 하향평준화이자 우민화(愚民化) 정책이다. 정부 여당은 이를 법제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 그런 일에 몰두하는 시간과 노력을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자율성 확보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쏟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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