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사립학교를 ‘사회에 공여된 공공의 재산’이라고 왜곡하면서 사학을 사회공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잘못된 논리에서 출발해 학교법인에 공익이사를 두어야 한다거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사학 헌장을 제정하고 예산 결산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헌법 어겨가며 교육장악 노려▼
사학이란 독지가가 학교법인에 기부한 재산으로 설립 경영되는 학교다. 따라서 사학의 모든 재산은 학교법인의 사적(私的) 재산이며, 그 재산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이를 빼앗아 사회 공유로 하자는 발상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학교법인의 고유권한인 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넘기려는 발상도 잘못이다.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받아 학교장이 임면’하도록 한다면 실제로는 교원에게 인사권을 주는 결과가 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특정 교원집단이 인사권을 장악하게 돼 교원사회의 분열에서 유발되는 후유증이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사학보다 먼저 국공립학교 교직원 인사권을 학교장에게 넘기는 것이 순서 아닌가.
교단의 인사비리는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인사권을 이사회가 갖고 있다고 해서 비리가 생기고 학교장에게 넘긴다 해서 비리가 사라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일부 사학의 비리는 관련자에 대한 사법 처리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교원임면권은 학교법인의 고유한 기본권이다. 사학의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자질이나 능력, 교육관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학교법인의 설립자들은 건학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권이 법률로 보장되기 때문에 사재를 출연한 것이다.
정부가 교육에 투자도 제대로 안 하면서 민간 독지가가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길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 사재로 세워진 학교의 경영과 교육내용이 일부 교원집단의 무책임한 아집과 편견으로 좌지우지되고, ‘평등교육’이라는 구호 아래 수월성(秀越性) 교육이 도외시된다면 앞으로 어떤 독지가가 학교에 사재를 투자하겠는가.
사학의 존재 이유는 학교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 저마다 소질과 특성을 살리고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다양한 삶의 가치를 완성시키는 데 있다. 사학이 살아나려면 사학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건학이념을 스스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사학을 국공립학교와 다름없이 획일적인 규제의 틀 속에 묶어 놓았다. 자주성을 상실한 사학은 국공립학교의 대체 역할을 맡게 됐다. 정부의 위탁교육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교육은 열린 사고를 지닌 건전한 인간을 길러내야 하며 특히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한국을 이끌고 나갈 다양한 인재를 길러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학 자율성 더살려야 국가발전▼
우리나라가 식민지와 전쟁의 구렁에서 벗어나 경제를 일으키고 국부를 축적하게 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교육의 힘이다. 그 상당 부분은 민간독지가들이 설립한 사학의 공이다. 지금도 사학은 전체 중학생의 21%, 고등학생의 53%, 대학생의 82%를 길러 내고 있다.
사학개혁은 사학의 본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학의 생명인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수업료 책정권을 사학에 돌려줘야 한다. 사학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신장토록 해야 한다. 사학의 설립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권리 주체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사학 구성원간의 소모적인 다툼을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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