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종철]私學법인의 경영권도 존중해야

  • 입력 2004년 10월 1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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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이사제의 도입,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를 핵심으로 하는 여당과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대치국면이 사학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이념논쟁의 성격을 띠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사학측에서는 사유재산인 사학재단의 사회화를 추진하는 좌파 정부의 사회주의 입법이라고 국가정체성 논란까지 제기하며 반대하는 한편, 그 반대편의 근본주의자들은 교육의 공공성을 내세워 교육의 자치를 지상과제로 삼아 보다 강력한 사학의 사회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근본주의자들의 이념투쟁으로는 우리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합리적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사실 이 같은 이념논쟁은 우리 사회의 궁극적 가치준거인 헌법의 시각에서 볼 때 허위적인 것이다.

우선 ‘사학 근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에도 사외이사제의 도입과 회계제도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시대착오적이다. 한편 ‘교육민주화 지상주의’도 교육의 헌법화가 헌정질서의 허용 범위 안에서 학교법인의 고유한 교육이념이 학교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길까지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사학의 경우 종교의 자유 등에 의해 교육에 있어 국공립학교에서와 같은 엄격한 중립성의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다. 또한 학원의 민주화는 학원 구성원만의 절대 성역을 구축하는 빌미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학의 공공성은 자율적인 학교운영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가나 국민, 그리고 직접적으로 학교법인의 합리적인 감독을 받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공적 책임을 수반하는 민주화만이 리더십 부재의 무기력하고 경쟁력 없는 사학교육의 범람을 통제할 수 있다.

결국 무한경쟁시대, 지식산업시대에 돌입한 국내외적 상황 속에서 이렇게 양면에서 제기되는 근본주의의 함정을 극복하고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이며 경쟁력을 갖춘 사학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사학이 경쟁력과 다양성을 갖춘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교육투자를 유인하고 학교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운영구조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는 재단 경영과 교육행정의 이원화라는 전통적인 틀에서보다 양자의 관계가 학원의 발전이라는 공동목표 하에 생산적으로 융화될 수 있게 하는 사학운영구조의 개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교육의 공공성에 입각해 학교 구성원의 민주성을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경쟁력과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교육행정에 대한 학교법인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학법 개정의 기본 방향은 투명성을 강화하고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권을 보장하면서도 학교법인의 독자적 경영권을 존중하는 사학제도 구축으로 모아져야 한다.

실용주의의 합리성이 근본주의의 조급함과 아집을 극복하는 실례를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과정이 보여 주기를 희망한다.

김종철 연세대 조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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