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지금 벌이는 일은 사학의 운영권을 국가가 나서서 사실상 빼앗는 것이다. 재산을 출연(出捐)하고 평생 공을 들여 육성한 사학 설립자들의 억울한 심정은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여당이 막다른 구석에 몰린 이들의 항변을 기득권 세력의 저항쯤으로 몰아세운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당은 ‘사학 민주화’라는 목표 달성에 매달려 이 법안이 교육에 몰고 올 악(惡)영향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적으로 학교교육의 절반 이상을 맡아 온 사학의 운영주체가 불분명해지고, 그 와중에 정치색과 발언권이 강한 일부 교원단체가 학교운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결과가 다수 국민이 원하는 사학의 민주화는 아닐 것이다. 정치판이나 다름없는 학교에서 이 나라 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낙후된 한국 교육을 또 한번 깊은 수렁 속으로 빠뜨릴 것이다. 이런 법을 여당이 ‘개혁 입법’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다.
종교계까지 거들고 나선 사학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여당이 한번이라도 염두에 둔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비리 근절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사학을 부정하고 싹을 잘라 버리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의 교육은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학 악법’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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