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받으며 私學 자율권 주장은 억지?

  • 입력 2004년 11월 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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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정부에서 상당한 재정지원을 받는 사립학교가 정부에 자율권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사립학교 정책의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는 데서 나온 본말전도의 비판이란 지적이다.

1974년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이전에는 사립 중고교가 수업료 책정권과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수업료가 공립보다 비쌌고 교원 처우개선이나 물가인상 등에 따라 해마다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평준화정책과 함께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수업료 인상을 억제하는 한편 사립도 공립에 준해 수업료를 받도록 정책을 바꿨다.

사립학교는 광복 이후 갑자기 늘어난 교육수요 때문에 정부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독지가들이 학교 부지를 마련하고 교사를 지어 설립한 경우가 많다. 학교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사립 중고교가 재정난을 겪자 정부가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게 됐다. 매년 3조2000억원을 지원하는데 대부분 인건비로 쓰인다.

고교평준화제도에서는 사립학교도 설립주체만 다를 뿐 공교육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공립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사학 지원금은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사학의 재정결손을 유발한 데 대한 보상금의 성격이고, 수혜자도 재단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사립에 학생 선발권과 수업료 책정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정부의 지원금은 필요 없거나 줄여도 된다는 게 사학의 주장이다. 실제로 사립 초등학교는 정부 보조를 받지 않는 대신 수업료 책정권을 갖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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