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새해부터 직매립 금지… “일반쓰레기와 섞지마세요”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56분


코멘트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연립주택 단지. 주부 박모 씨(44)는 평소대로 지정 장소에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있었다.

취재팀이 “봉투 안에 음식물쓰레기가 있느냐”고 묻자 박 씨는 무심한 표정으로 “귤껍질 몇 개를 버렸다”고 답했다.

취재팀은 같은 장소에서 주민들의 양해하에 다른 쓰레기봉투 몇 개를 열어 봤다. 과일껍질, 생선찌꺼기, 먹다 남은 야채, 양념으로 범벅된 비닐봉투 등이 발견됐다.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박 씨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넣으면 돈이 안 들지만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내 돈이 더 드는 건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의아해 했다.

▽반드시 분리 배출하세요=그러나 새해 1월 1일부터 박 씨처럼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다 적발되면 5만∼1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사실 이미 1997년부터 전국의 시 이상 지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도록 돼 있지만 올 연말까지는 과태료 부과 등의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시 이상 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음식물쓰레기의 직매립이 금지돼 분리 배출이 강제 사항이 된다.

음식물쓰레기를 잘못 버리면 개인만 과태료를 무는 게 아니다. 지자체 소속 쓰레기차가 음식물쓰레기가 섞인 쓰레기를 매립장에 들여놓으려다 적발되면 차를 돌려야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적발되면 벌점 6점을 부과하고 차량을 즉시 돌려보낼 방침이다.

▽준비 소홀로 혼선 우려=새 제도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들의 홍보 부족으로 이 같은 변화를 모르고 있는 시민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자체가 부족한 곳도 있다. 취재팀이 전국 각 시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결과 광주의 경우 하루 평균 110t, 울산은 하루 평균 44t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잘못하면 엄청난 양의 음식물쓰레기가 거리에 방치되거나 악취를 풍기며 임시 보관소에 쌓이는 ‘쓰레기 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분리수거만 제대로 된다면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료화나 퇴비화 시설에서의 처리 용량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만1335t으로 2005년 예상 하루 평균 발생 음식물쓰레기 1만1863t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지역마다 다른 음식물쓰레기 분류 기준=음식물쓰레기 분류 기준이 지자체별로 제각각이어서 가정에서 배출할 때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시민들은 기초자치단체별로 음식물쓰레기 종류를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는 미역과 다시마를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되고 전북지역에서는 생강껍질이 안 된다. 춘천은 김장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

이처럼 기준이 각각인 이유는 각 지자체가 보유한 처리시설이 다르기 때문.

김장 쓰레기는 사료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퇴비를 만들려고 하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퇴비화 시설만 보유한 지자체는 이를 음식물쓰레기로 분류할 수가 없다.

썩은 음식의 경우 퇴비화 시설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사료화 시설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