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전업주부건 취업주부건 평균 1.8명 정도의 자녀를 낳는다는 통계로 볼 때 이 같은 견해가 꼭 옳지만은 않다. 그보다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풍조가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저출산 추세는 가족계획 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구조가 변한 탓이다. 능력만 있으면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다 보니 그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며 건전한 독신문화도 아직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독신 풍조와 함께 남자의 초혼 연령이 30세를 훌쩍 넘는 등 만혼층도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얼마 전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결혼정보회사 대표들을 정부 주최의 결혼사업 관련 세미나에 초청한 적이 있다. 저출산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사회 위기’인 것이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것이 사회적인 성취를 위한 선택이거나 독신을 즐기는 개인적인 취향인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고 있다. 우리는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
왜 결혼이 늦어지는가? 가장 큰 원인은 결혼비용 부담이다. 1억 원이 넘는 엄청난 결혼비용과 혼수 등 비합리적인 결혼문화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칸방에서라도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싶어도 빠른 집값 상승이 그것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결혼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부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는 자녀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지 않겠다’는 부모 세대의 의식 변화, 청년실업 증가에 따른 자녀 세대의 경제력 약화 등으로 결혼하기가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원인을 분석하고 보면 독신 풍조의 해법은 간단하다. 결혼하는 것이 쉬워지면 된다. 해법은 국가별로 다른데, 싱가포르는 저출산이 결혼을 안 하는 풍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에서 결혼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남녀에게 회비 일부를 지원해 주고, 정부 산하에 전담 부서를 두어 회사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등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많은 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1·2·3운동’을 펴고 있다. ‘결혼 후 1년 안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결혼지원 정책이다.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결혼자금을 저리로 빌려 준다거나 임대아파트 입주 혜택을 주는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하며, 결혼할 상대가 없는 사람에게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모 국회의원 입법담당 보좌관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일각에서 결혼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저출산을 독신·만혼 풍조와 연결시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법은 현실을 고려해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결혼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결혼하는 게 더 좋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젊은이들의 중매를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이웅진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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