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이 같은 반발은 종교적 이념에 따라 학교를 세우고 독자적 전인교육을 실시하려던 목적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대구대교구장 이문희(李文熙) 대주교가 14일 성명을 내고 “학교에는 그 학교의 정신이 있는 것이며, 그것 없이 학교가 될 수 없고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예다.
▽가톨릭=종교계 중에서도 ‘정권 퇴진운동’ ‘법률 불복종운동’ 등의 말이 나올 정도로 가톨릭의 반대 강도가 가장 세다. 1970, 80년대 군사정권하에서 이런 용어가 나온 적이 있지만 이는 ‘정의구현사제단’처럼 일부 진보적 신부가 포함된 교회 비공식기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교들이 포함된 교회의 공식기구에서 이 같은 용어를 정식으로 사용할 정도로 위기감을 갖고 있다.
가톨릭의 사학들은 다른 사학과 달리 대부분 주교 신부 수녀 등 성직자들이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친인척 비리 등의 문제가 없는데도 정부 여당이 전체 사학을 비리의 온상인 양 몰아가며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학법 개정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지난해 10월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명의로 ‘사학법 개정을 매우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올해 9월 14일 주교들이 ‘사학관련법 개정 법률안 처리 유보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열린우리당 주도로 통과되자 13일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의 성명, 14일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등의 성명에서 ‘정권 퇴진운동’ ‘법률 불복종운동’을 정식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고 가톨릭이 당장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회장인 이용훈 주교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신교계=개신교 산하 사학은 전체 사립학교의 70%가량으로 추정된다. 개신교가 사학법 개정 반대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신교 교단들의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崔聖奎 목사)는 ‘사학 수호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운동본부’는 개신교 외에 가톨릭 불교 쪽에도 함께 구성하자고 요청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0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기총은 사학재단연합회와 보조를 맞춰 이 같은 일들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백도웅 白道雄 목사)는 이번 사태를 사학재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안 되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보이고 있다.
▽불교계=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해 왔지만, 현 단계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경우 정치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의 협의기구인 종교지도자협의회도 지난해 8월 성명을 내고 “사학재단의 학교운영권을 빼앗는 교육법 개정을 중단하라”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우리 종단은 총단결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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