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일선 사학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아직 신입생 배정을 받지 않은 평준화 지역의 사학 법인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서울 6곳, 부산 6곳, 대구 5곳, 인천 6곳, 광주 6곳, 대전 6곳 등 전국 6대 도시 사학 법인 35곳이다.
이날 설문에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정관을 바꿔 개방형 이사를 선임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모두 18곳(51.4%)이 ‘그럴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개방형 이사를 선임하겠다’고 응답한 법인은 5곳(14.3%)에 그쳤고 12곳(34.3%)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만약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현재대로 시행되면 어떻게 하겠는지에 대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극단적 반응을 선택한 사학 법인은 6곳(17.1%)으로 적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정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응답이 13곳(37.1%)이어서 2곳(5.7%)뿐인 ‘수용하겠다’보다 많았다.
개방형 이사제 다음으로 사학 법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16곳(45.7%)이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교장 임명 금지’를 들었다. 또 8곳이 ‘학교장 임기 4년 초과 금지와 1회에 한해 중임가능 규정’(22.9%)을 꼽았다.
서울의 한 사학 법인 관계자는 “학교장 중임을 제한하는 것은 중소기업 사장에게 8년만 하고 나가라는 말과 같다”며 “기업 못지않게 필요한 학교의 경영 노하우를 사장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사학 법인 관계자들은 개방형 이사에 대해 특히 높은 우려를 표시했다.
부산 금성학원 김창덕 이사장은 “개방형 이사는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어 문제를 일으키고 떠나면 그만”이라며 “그 피해는 학생과 사학 법인에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숭덕여고 홍대식 교장은 “재단에서 1년에 3000만∼4000만 원의 장학금을 내고 있는데 개방형 이사가 선임된다면 누가 이 돈을 내놓겠느냐”며 “교육이념을 갖고 사학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사학 법인에 참여의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한 사학 법인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은 학교를 이념 논쟁의 터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서울의 한 사학 법인 관계자도 “교직사회에 정치성을 도입해 소모성 갈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학 법인 관계자들은 “교육에 평생을 투자한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사학까지 장악하면 교직은 ‘철밥통’이 될 것인데 그런 교직사회는 한국밖에 없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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