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A∼Z]<12>본론 쓰기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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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짜임새 있는 문단 구성이 생명

본론을 쓸 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내세운 결론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논거를 잘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견고해질 수도 있고 허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논거 제시와 관련해서는 이미 살펴본 내용 중 두 가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복습해 봅시다. 우선 논거를 제시할 때에는 논거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확실한 논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많은 논거를 가볍게 건드리는 것으로는 결론을 힘있게 만들 수 없습니다. 가장 적절한 논거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제 본론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본격적으로 고민해 봅시다. 본론을 구성할 때 우선 기억할 점은 문단을 짜임새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논술 답안에서 본론은 논술 문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제시 등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므로 글의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서론이나 결론은 한 문단으로 이루어지지만, 본론은 여러 문단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 때 문단을 적절히 나누어 구성하고, 또 문단 사이의 논리적 연결을 잘 확보해야만 글 전체가 논리적으로 잘 짜인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우선 본론에서는 문단을 적절히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문단에는 하나의 중심 생각으로 묶일 수 있는 문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드러내 주는 ‘사고의 논리적 단위’입니다. 따라서 생각의 흐름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중심 생각’이 다를 때에만 문단을 구분해야 합니다. 특별히 중심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데 문단을 나누거나, 중심 생각이 바뀌었는데도 문단을 나누지 않으면 독자에게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문단을 적절히 나누게 되면 이러한 혼란 없이 내 생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쉽게 드러납니다.

간혹 몇 가지 생각이 본론에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단 구분 없이 무조건 한 문단으로 묶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고의 논리적 단위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생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인터넷 글쓰기의 영향 때문에 습관적으로 줄을 자주 바꾸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역시 생각이 몇 묶음으로 진행되는지 쉽게 알기 힘들어 글에 흐름이 없고 횡설수설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문단은 보기 좋으라고 나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생각이 마무리되기 전에 함부로 줄을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문단을 불필요하게 자주 나누다보면 글의 논리적 흐름이 끊어지고 논의가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좀 길어지더라도 하나의 생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면 한 문단으로 묶어주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분량을 기준으로 대충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문단을 제대로 나누지 않거나 너무 잘게 나누면 결국 생각과 문단이 서로 맞지 않게 되어, 글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부자연스러운 꼴을 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문단들을 잘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리적인 연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단들이 내용상 서로 모순인 점이 있어서는 물론 안 되며, 나아가 문단들이 따로 노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앞의 문단을 바탕으로 해서 뒤의 문단이 전개됨으로써 논의의 몸통들이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잘 연결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이미 논술에서 상당 수준에 오른 것입니다. 사실 문단 사이에 모순이 없도록 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각 문단이 따로따로 놀지 않고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서 논의를 심화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면 논술 실력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기에 하산을 준비해도 좋습니다.

문단들을 잘 연결하기 위해서는 앞 문단의 맨 끝이나 새로 시작하는 문단의 맨 앞에 두 문단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적절한 매개 고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그냥 문단을 바꾸지 말고 다음 문단의 내용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를 미리 만들어 놓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문단을 연결하는 좋은 접착제를 마련해야 논술의 장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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